2015년 3월 22일 일요일

박찬호 선수의 인터뷰 中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잠실구장을 방문했을 땐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대단함 그 자체였죠. 박동희 선배 투구하는 것도 직접 봤고. 그런데 다저스타디움은 ‘대단함’의 차원이 달랐어요. 그때 처음 ‘나도 저 마운드 위에서 던지고 싶다’는 생각과 그 마운드에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삼진으로 처리하는 절 상상했어요.
한마디로 다저스타디움에서 꿈을 키운 셈이군요.
꿈을 키웠다기보단 그저 상상한 거죠. 그거 아세요? 꿈은 상상력에서 생기는 거예요. 상상력이 조금씩 깊어질 때 비로소 꿈이 만들어져요. 다시 꿈이 깊어지면 목표가 만들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목표가 만들어지면 그때부턴 몸과 마음이 만들어져요.
사실 당시 한국 아마추어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건 정말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상상은 반드시 그걸 이룰 때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에요. 정작 상상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에요. 상상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제가 만약 그때 메이저리그 진출을 구체적 목표로 삼고, 그걸 꿈으로 키우기로 작정했다면 아마 전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지 몰라요.
상상의 단점은 금방 잊힌다는 데 있습니다. 목표와 꿈처럼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각의 유통기한’이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죠. 뭔가를 상상하면 그걸 글로 남기든 사진으로 남기든 증거를 남겨놔야 해요. 그래야 주기적으로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제겐 다저스 점퍼가 증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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