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고 말하기에 부끄럽지만 토익 900점을 넘기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고등학교 시절에 닦아둔 기본만으로도 충분히 혼자서 공부할 수 있다고 스스로 자만하며 살았지만 900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2012년까지 800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3년은 미국으로 떠났다. 죽어라 회화만 공부했다. 가지고간 문법책은 단 한장도 넘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토익을 치뤘다.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토익을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900을 못넘었다. 공부를 안했으니 당연히 못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쳤다. 하지만 4월 27일자 시험은 시험을 치르는 도중에 내가 왜 이걸 치고 있냐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도중에 포기했다. 그렇게 피같은 내 돈만 버렸다. 뭔가 미국에서 공부하며 투입했던 돈과 시간에 대한 보상을 토익 점수로라도 보상받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7월이 되었고 어느덧 나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토익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진 않았다. 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야하는데 하기는 싫고 자신은 있는데 점수는 안나오는 상황? 그래서 딱 삼일동안 하루에 모의고사 2개씩만 풀고 치기를 다짐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900점이 넘지 못하면 이건 내가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고 인정하려고 했다. 시험은 정말 어려웠다. 토익이 이렇게 어려워져도 되나 싶었다. LC는 BBC 뉴스를 틀어놓은 것만 같았다. 정말 순식간에 끝이났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RC도 마찬가지였는데 너무 풀리지 않았다. 지문과 문제를 읽으면 답이 보여야 하는데 보이는 문제가 후반부로 갈수록 없었다. 시간도 너무 딱맞아서 까딱하면 마킹도 못하고 제출할 뻔했다. 지금까지 약 5번의 토익을 쳤던 것 같은데 RC는 항상 PART의 순서대로 풀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종의 전략으로 PART 7, PART 8부터 풀었다. 그랬더니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필요한 PART 7, PART 8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문제의 난의도는 고려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하여튼 고시장을 나오면서 이번에도 900점은 무리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단 시험의 난의도가 너무 터무니없이 높았기 때문에 '상대평가'만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 발표가 났다. 900점을 처음으로 넘었다. 뭔가 기분이 후련하면서도 왜 내가 토익에 이토록 신경을 썼는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고 900점은 모두들 넘기는 것 같아 사실 자랑스럽지는 않다. 학원을 다니고 인강을 들으면서 공부하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영어공부의 방식으로 900점을 넘겼다는 사실에 만족할 뿐이다. 토크쇼, Hip-hop, 영화, 미드, 뉴스 등 그냥 내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매체와 프로그램만으로 나는 영어를 즐겨왔다. 지금도 그렇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재하는 이상 계속 그럴 것이다. 어떻게 보면 토익과 같은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나의 공부방법이 지름길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래도 중요한 점은 나는 영어공부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안녕 이 끈질긴 토익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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